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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일변도' 산업안전 · 보건 ··· "처벌만이 능사 아냐"

 

 

 

 

각종 법안 논의, 징역 · 벌금 등 '규제 중심'으로 이뤄져

기업 · 사업주 처벌만 강화 ··· 현장에선 '풍선효과' 우려

현장 작업자의 인식개선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지난 1월부터 시행되면서 안전 관련 법·제도가 강화됐지만 국회를 중심으로 이를 한층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산업계가 고심에 빠졌다.

  지난 2018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도급인(원청)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처벌 수위가 강화되며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예상되는 긴박한 위험을 인지하면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받는 것이다.

  국회를 통과할 당시에도 지나친 규제가 산업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이 법이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최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며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중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전남 나주화순)이 대표발의한 안은 ▲발전소, 제철소, 조선소 등 기계류의 운용·정비 작업과 건설현장에서 이뤄지는 작업의 도급금지 ▲방호조치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포함하고 있어 업계가 크게 반발한 바 있다.

  당시 업계는 기업 인력운용의 자율성·효율성을 현저히 제약해 기업활동과 고용을 위축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충북 청주청원)은 직접활선공법의 도급을 금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논란이 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직접활선공법을 대체할 간접활선공법의 개발·적용률이 60% 수준에 불과하므로 이 개정안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의된 가운데 최근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금 거세게 일고 있어 산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강은미 의원(정의당·비례대표),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갑), 임이자 의원(국민의힘·경북 상주문경)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 등이 있다.

  이 법안이 입법된다면 법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사업주가 안전 의무를 위반해 누군가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 최소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최소 1억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 법인 차원에서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

  강은미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법인에 1억원 이상 2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으며 매출액 또는 수입액의 10% 이하 수준에서 벌금을 가중할 수 있다.

  임이자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사망하는 경우에만 법인에 10억원 이상 3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에서 사업장의 안전강화를 위해 드라이브를 거는 동안 현장 일선에서는 가중되는 부담에 신음하고 있다.

  산업계는 안전이 강화돼야 한다는 전제에는 적극적으로 동의를 하면서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현장을 궁지로 몰아넣는다고 강변한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지난 9일 ‘중소기업 주요 현안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중소기업중앙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여성벤처협회,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를 비롯한 16개 중소기업 관련 단체가 참여해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국회에서 논의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재해의 발생 책임을 모두 사업주에게 돌리고 대표자 형사처벌, 법인 벌금, 행정제재 등 삼중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 경우 중소기업은 폐업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경영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중소기업의 경우 재해가 발생해 사업주가 구속되면 사고를 수습하고 사후처리를 담당할 사람이 없어지는 등의 문제점도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업계도 계속 강화되는 규제에 당황스러운 기색이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도 안전 규제가 대폭 강화돼 추가인력을 투입해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안전관리비가 대폭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위한 비용은 고스란히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기간이나 사업비를 최소화해야 하는 분위기는 그대로인데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통해 기업과 사업주의 처벌만 강화한다면 ‘풍선효과’처럼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발전업계에서는 각종 작업을 위한 서류작업이 강조돼 안전담당자가 간단한 현장작업을 위해 수 시간씩 서류를 붙들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산업재해 발생 시 원청의 책임은 막중해졌지만 현행법상 협력업체 근로자에게 직접적인 지시를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원·하청 안전관리자 간 회의도 증가하는 등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이로 인해 담당자가 현장을 순회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등 현장에서 안전을 지휘하는 데 제한이 생기고 있다.

  오죽하면 ‘안전은 현장에서 챙기는 것이지 서류로 챙기는 게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사업주 처벌만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 모두의 인식이 개선돼야 하는데 사업주 처벌만 강화한다면 결국 안전담당 부서의 업무만 늘어나고 현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원청과 협력업체를 막론하고 공사 진행을 빠르게 해야 하는 유인이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지켜지지 않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기업과 사업주에 처벌을 강화하는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안전관리가 가능하도록 인적·물적 자원을 늘리고 안전이 공사 기간이나 사업비 등에 우선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문기 기자 mk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