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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안전, 안전' 하는데…

발주기관은 오히려 뒷걸음질

 

 

일부 공공공사 발주처서 안전관리비 이용한 갑질 만연

 

 

  일부 공공공사 발주처에서 근로자의 안전 강화를 위해 책정된 안전관리비를 터무니없는 기준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안전강화를 강조하는데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수의 시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교육청 등 일부 공공공사 발주처가 법에서 정해진 안전관리비 정산 불가능 항목 등을 무시한 채 자체적인 기준을 운용, 시공현장의 근로자 안전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어 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안전관리비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무비의 2.93%의 요율로 현장에 적용되는 예산이다. 근로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보호장구를 비롯해 다양한 품목이 안전관리비로 사용되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산 가능항목과 불가능항목을 통해 인정범위를 정하고 있다.

 

  사실상 불가능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품목은 안전관리비 적용대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애매한 문항은 보건안전관리공단이나 산업안전보건공단 등에 질의해 기준을 마련하는 게 현장의 관행이다.


  그러나 일부 공공공사 발주처의 경우 정부기관의 질의회신을 받아 타당하다고 인정받은 안전관리 품목임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기준으로 인정해주지 않으며 업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또 최근 한 지방 교육청에서는 건축‧전기‧소방‧통신 등 복합공정으로 진행되는 공사에서 대표공정인 건축 외에는 현장에 소화기를 구매하는 것조차 허가하지 않아 업계의 불만을 샀다.


  일부 지방 교육청은 안전용품에 상한가격을 적용, 예산을 절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일부 업체는 가격이 비싼 대신 기능이 뛰어난 제품을 구매한 뒤 계산서는 이 같은 상한가격에 맞춰서 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일부 지방 교육청 공사에서 사실상 안전모와 안전화 외에는 정산을 반려당하는 실정이다. 법보다도 자체적인 기준을 우선하는 모양새”라며 “근로자들의 안전한 근무 환경을 조성해서 사고를 예방하자는 의미로 사용되는 안전관리비가 사실상 공사예산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안전관리비로 인해 현장 근로자들의 부담을 키우는 것은 안전관리비에 대한 잘못된 인식 탓이다. 근로자 안전을 위해 안전관리비 활용을 적극 장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전관리비를 적게 사용토록 하는 게 담당자의 능력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는 것.


  현장대리인으로 일하고 있는 업계 한 관계자는 “안전관리비를 모두 사용하는 게 감사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감사를 피하기 위해 정산을 반려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발주처의 편의를 위해 시공업계가 희생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장에서는 발주처에 찍히면 불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대로 항명조차 못하는 실정”이라며 “요새 발주처들의 갑질이 많이 없어졌다고 하는데, 안전관리비가 현장에서 ‘최후의 갑질’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투자는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며, 많은 선진국들이 안전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일부 발주처의 이 같은 행태는 대한민국을 선진국 반열에 들지 못하게 하는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안전 강화 대책 마련에 나서고, 사회가 안전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를 높이는 실정에 뒷걸음질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윤대원 기자 ydw@